원작: 소문
형식: 낭독극
유형: -
작성자: 김병한
낭독극 〈소문〉
원작: 오유권 「소문」(1957) /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러닝타임 약 12분 · 배역 8~12인 교차 낭독
배역
해설(낭독자)
나주댁(딸을 홀로 키운 어머니)
떠벌네(말을 ‘물려’ 떠도는 이웃)
형님(나주댁 큰댁 형님)
선애(나주댁 딸)
머슴(안골 반장네 머슴)
아낙1·2·3·4(동네 여인들, 필요 인원에 따라 2~4인 분담)
아제1·아제2(동네 남정네)
시냇골 사돈(중매 실무 역할)
무대 및 음향 가이드
기본 무대: 좌측 ‘골목/모퉁이’, 중앙 ‘마당’, 우측 ‘우물/툇마루’.
음향: 발소리, 속닥임(소문), 종이(고지서) 바스락, 바람소리.
전환 음악(선택):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프롬나드’(짧은 구간 반복).
프롤로그 (약 40초)
해설
1950년대, 영산포 근처 작은 마을. 말은 발처럼 빨랐고, 눈보다 귀가 더 크게 살았다. 오늘의 주인공은 ‘나주댁’과 그녀의 딸 ‘선애’, 그리고 소문을 사랑하는 ‘떠벌네’다. 한 장의 종이가, 한 집안의 혼사를 뒤흔든다.
장면 1. 꺼꿀네 집 모퉁이 (약 1분 30초)
(좌측 조도↑, 바람·발소리. 머슴 등장, 손에 납세고지서)
머슴
고지서요. 별 거 아닙니다. 받아두세요.
선애
저… 전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머슴
시간이 없어 그러오. 맡아 전해주시오.
(잠시 실랑이. 선애, 마지못해 품에 넣는다. 머슴 퇴장. 뒤편에 떠벌네, 몰래 지켜본다)
떠벌네(속말)
허… 외진 모퉁이서 주고받는 종이?
(어둡게 전환, 속삭임 합창)
아낙들(속삭임)
“봤대…” “편지래…” “내통 있었대…”
해설
종이는 고지서였으나, 입속으로 들어가며 ‘편지’가 되었다.
장면 2. 또술네 집 앞, 눈 내리는 밤 (약 1분)
(우측 은은한 조도, 방 안에서 아낙들 목소리)
아낙1(오프)
고갯집 딸이 머슴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지?
아낙2(오프)
혼사 엎으려는 수작일 거야.
아낙3(오프)
원래 점잖아 보이는 것들이 더…
(무대 앞쪽으로 형님 등장, 듣다가 한숨)
해설
형님은 발걸음을 돌려, 동생 집으로 간다.
장면 3. 나주댁 집 툇마루 (약 2분)
(중앙 조도↑. 나주댁 누룩 티 거르다. 형님 급히 등장)
형님
동서, 들었나? 동네에 괜한 말이 돈다.
나주댁
무슨 소립니까?
형님
선애가 머슴과 외진 데서 종이를…
나주댁(방 쪽 향해)
선애야! 뭘 받았니?
(문 열리며 선애 등장)
선애
납세고지서예요. 말도 안 섞었어요. 엄마께 바로 말씀드렸잖아요.
나주댁
다른 건? 눈 한 번 맞춘 일은?
선애
없어요.
해설
남편 잃고,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세월. 나주댁은 모든 오해를 지금 끝내고 싶다.
형님
욱하지 말고, 천천히 따져보세.
나주댁(결의)
아뇨. 당장 가서 따지겠습니다. 입이 시작한 일은, 입으로 거둬야죠.
(나주댁 퇴장)
장면 4. 떠벌네 집 마당 (약 2분 20초)
(좌측 조도↑. 떠벌네 등장. 곧 나주댁 들이닥친다. 주변에 아낙들 몇 명 합류)
나주댁
판례 엄니 계시오? 물을 게 있소.
떠벌네
또 무슨 일요?
나주댁
우리 선애가 ‘머슴에게서 뭘 받았다’고 동네에 말했습니까?
떠벌네
내가? 난 본 걸 말했을 뿐.
나주댁
‘고지서’였습니다. 말도 안 섞었다 하오.
떠벌네(버티며)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나주댁
그럼 사람들 앞에서 확인합시다.
(서로 고성이 오르고, 아낙들 웅성)
아낙1
맞다, 본 대로만 말해.
아낙2
외진 데서, 종이… 그게 고지서였다고?
(잠시 정적. 나주댁, 숨 가쁘게 퇴장했다가 고지서 들고 재등장)
나주댁
여기, 고지서! 이거 하나 받았을 뿐이오!
떠벌네(턱 세우며)
그럼, 예전 고무신 얘긴 어쩌고? 사람을 도둑 몰아세운 건 누구요?
나주댁
난 내 눈으로 봤소. 전 머리에서 신을 바꾸던 그날을. 그때부터 내 딸과 네 입 사이엔, 진실 하나만 두겠소.
(긴장. 해설 짧게 개입)
해설
오래된 상처가 새 상처를 불렀다. 군중은 사실보다 감정에 박수친다.
(어둡게 전환, 짧은 음악)
장면 5. 우물가 (약 1분 40초)
(우측 조도↑. 나주댁 물동이. 아낙들 드나듦)
나주댁
여러분, 제 딸은 고지서만 받았습니다. 말 한마디 안 했고, 얼굴도 안 봤어요. 혼사 앞두고 괜한 말 삼가주십시오.
아낙3
이녁만 깨끗하면 가만히 있지, 왜 그렇게 떠들고 다녀요?
아낙4
그러게. 자꾸 말할수록 더 수상쩍어 보인다니까.
(속삭임 합창 재개)
아낙들(속삭임)
“봤대…” “편지래…” “내통래…”
해설
말은 물처럼, 낮은 데로 번졌다.
장면 6. 나주댁 집 – 술상 (약 1분 30초)
(중앙 조도↑. 작은 상 위 전과 술. 아제1·아제2 시식하듯 대사)
아제1
술 맛 보통이 아닌데?
아제2
전도 살이 통통하네. 큰일 앞둔 집답다.
(사람들 흩어지고 시냇골 사돈 등장)
시냇골 사돈
사돈, 남자 집에 소문이 들어갔답니다. ‘머슴과 편지’라나… 사성(사돈집 예물)도 망설입니다.
나주댁
허튼 말입니다. 못 믿겠으면 그 머슴에게도 물어보라 하세요.
시냇골 사돈
그 머슴이 섬 출장을 가서 없답니다.
해설
증인은 바다 건너, 소문만 마을을 메웠다.
(암전. 소문 속삭임: “혼사가 깨졌다네…”)
장면 7. 떠벌네 집 – 대면 (약 1분 40초)
(좌측 조도↑. 머슴 급히 등장, 문 두드림)
머슴
판례 엄니! 나 좀 봅시다. 내가 고갯집 딸에게 ‘뭘’ 줬다 했습니까?
떠벌네(당황)
그, 나는… 본 대로…
머슴
고지서였습니다. 말도 안 섞었고요. 그 입에서 나간 말로, 혼사가 깨졌답니다.
(정적)
머슴
사람 일 망치는 말, 누가 책임집니까?
(짧은 침묵 뒤, 떠벌네 고개 떨군다)
떠벌네
…내가… 잘못 말했나 보오.
해설
떠벌네는 또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다섯 해 전, 고무신. 그 밤길을 본 사람은 또 있었다는 걸.
(짧은 음악. 조용한 정적)
에필로그 (약 1분)
(중앙 조도↑. 해설 앞으로, 뒤에 나주댁·선애 실루엣)
해설
소문은 눈처럼 가볍게 내리고, 서리처럼 무겁게 남는다.
한 장의 고지서가 ‘편지’로 바뀌는 데는 단 한 번의 혀놀림이면 족했다.
그러나 무너진 혼사, 덧입은 상처, 떨구어진 고개들을 누가 다시 세울까.
나주댁(낮게)
내 아이의 깨끗함이, 말보다 늦게 도착합니다.
선애(짧게)
어머니, 우리… 조용히 걸어갑시다.
머슴
말은 물립니다. 그러나 늦게.
떠벌네(작게)
내 혀를, 내가 물고 싶구려.
해설
사람마다 하나의 진실을 들고 산다.
그 진실이 입을 만나 ‘소문’이 되기 전에, 우리는 잠시 침묵을 배워야 한다.
(전원, 서로를 향해 작은 목례. 음악 짧게. 암전)
진행·연출 팁
시간 배분(안)
프롤로그 0:40
장면1 1:30 / 장면2 1:00 / 장면3 2:00 / 장면4 2:20
장면5 1:40 / 장면6 1:30 / 장면7 1:40 / 에필로그 1:00
합계 약 12분
낭독 리듬: 대사 끝에 반 박씩 쉬며, 소문 합창은 속삭임으로 겹치게 읽어 주십시오.
배역 축소: 아낙·아제는 2인 멀티 캐스팅 가능(마이크 앞에서 자리 이동 없이 목소리 톤으로 구분).
사투리 강도: 시연팀 연령·청중에 맞춰 단어를 표준어/사투리 비율로 조절하십시오.
음향 최소화: 종이 바스락, 발자국, 짧은 ‘프롬나드’ 훅만으로도 장면 전환이 또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