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 낭독극(사투리 강화)

원작: 소문

형식: 낭독극

유형: -

작성자: 김병한

내용:

낭독극 〈소문〉 ― 사투리 강화본
원작: 오유권 「소문」(1957) /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러닝타임 약 12분 · 배역 8~12인 교차 낭독

배역
해설
나주댁
떠벌네(판례 엄니)
형님
선애
머슴
아낙1·2·3·4
아제1·아제2
시냇골 사돈
표기는 가독성을 위해 ‘전라도 방언’을 표준혼용으로 표기했습니다. 낭독 시엔 억양과 길게·짧게를 살려 주십시오.

프롤로그
해설
오십년대 영산포 근처 마을이여라. 말은 발보다 먼저 가고, 귀는 눈보다 크던 때. 한 장 종이가, 한 집안 혼사를 흔들어부렀다.

장면 1. 꺼꿀네 집 모퉁이
(바람 소리. 머슴, 고지서 흔듦)

머슴
고지서요잉. 별 거 아녀라. 얼른 받아불어.

선애
나가 받을 건 아닌디요… 죄송허요.

머슴
나 바쁘당께. 고갯집 올라가기 헐 것 없당께, 좀 맡아주시오잉.

선애
…그라믄… (마지못해 품에 넣는다)

(뒤쪽에 떠벌네 숨어 본다)

떠벌네(속말)
허참. 외진 데서 종이를 주고받드만… 거시기, 느낌이 쎄~하네잉.

해설
고지서는, 입을 건너며 편지가 됐다.

(속삭임 합창: “봤다더라” “편지라더라”)

장면 2. 또술네 집 앞, 눈 오는 밤
(방 안에서 아낙들 소리만)

아낙1(오프)
고갯집 처녀가 머슴이랑 뭣을 주고받았당께?

아낙2(오프)
혼사 틀어버리게 헐라고 그랬을랑가.

아낙3(오프)
점잔 떤다고 몬 올라가는 개도 있응께라잉.

(문밖에 형님 서성이다가 결심하고 발길 돌림)

장면 3. 나주댁 집 툇마루
(나주댁 누룩 티 추림. 형님 급히 들어옴)

형님
동새, 들었는가. 고약한 말이 돌아불었당께.

나주댁
무슨 소리랑가요?

형님
선애가 머슴이랑 외진 모퉁이서 종일랑가를…

나주댁(방 쪽)
선애야! 너, 머슴한테서 뭣 받았냐?

(문 활짝. 선애 등장)

선애
고지서요. 말도 안 섞었고, 엄니께 바로 여쭈었는디요.

나주댁
다른 거 슈시한 거, 얼굴 쳐다본 거, 없제?

선애
없어요. 딱 그거 하나.

형님
동새, 욱허지 말고 천천히 혀. 말은 서서히 걷어들이는 것이여.

나주댁(치맛끈 조이며)
아녀라. 말로 낸 것은 말로 거두게써. 나가 바로 가불란다.

(퇴장)

장면 4. 떠벌네 집 마당
(사람들 모여듦)

나주댁
판례 엄니 계시요? 묻을 말이 있응게로.

떠벌네
와 그라고 성질이 하늘까지 올라불었디야?

나주댁
우리 선애가 머슴이랑 뭣 받았다 혀서 말 물려 다녔지라?

떠벌네
내가 본 걸 말했제. 외진 데서 종일랑가를…

나주댁
그게 고지서여라! 말도 안 섞었고. 그라믄 이 자리에 사람덜 앞에서 딱 부러지게 확인허소.

아낙1
맞다잉, 보문 대로만 혀버리소.

아낙2
외진 데서 종이… 그라고 고지서라고? 흠.

(나주댁, 헐레벌떡 나갔다가 고지서 들고 재등장)

나주댁
이거 보쇼. 고지서! 딱 이거 하나 받았소. 혓바닥 함부로 놀리믄, 남의 혼사 깨져불어요잉!

떠벌네(턱 치켜세워)
그랑께 묻자, 그 옛날 고무신 도둑질이란 소문, 그건 누가 냈소? 사람을 도둑 몰아붙인 건 뉘요?

나주댁
내 눈으로 봤다 아이가. 전 머리 앞에서 신 바꾸던 그날. 그 일은 그 일이고, 오늘 소문은 혀로 거두쇼.

해설
낡은 상처가, 새 상처를 깨웠다. 군중은 사실보다 감정에 박수친다.

(짧은 전환음)

장면 5. 우물가
(물 두레 소리, 빨래 소리)

나주댁
여그 사람덜, 내 딸은 고지서만 받았소. 말 한 마디도 안 섞었소. 혼사 앞두고 이 말 좀 거두어주소.

아낙3
깨끗허믄 가만 있으면 되쥬. 와 그리 종알종알 다니요?

아낙4
말이 많아지믄, 말이 크다니께요.

(속삭임 합창: “봤다더라” “편지라더라” “내통이라더라”)

해설
말은 물길 타고, 낮은 데로 더 멀리 간다.

장면 6. 나주댁 집 – 술상
(전·막걸리 올려짐, 아제들 맛봄)

아제1
술 맛 기가 막히네잉.

아제2
전도 살이 미끈허네. 큰일 앞둔 집 맞구먼.

(사람들 흩어짐. 시냇골 사돈 들어옴)

시냇골 사돈
사돈, 남자 집에 소문이 쑥 들어가불었답니다. ‘머슴이랑 편지’라 카더이다. 사성도 미루자고 허네예.

나주댁
허튼 소리라 하소. 못 믿겄으면 머슴한테 물어보라 하소.

시냇골 사돈
허나 그 머슴, 섬으로 쇠 장사 따라가불어서 읍다 하대요.

해설
증인은 바다 너머에 있고, 소문은 마당을 메웠다.

(암전. 속삭임: “혼사 깨졌다네…”)

장면 7. 떠벌네 집 – 대면
(급한 발소리. 머슴 문 두드림)

머슴
판례 엄니! 나 좀 봅시다. 내가 고갯집 딸이랑 ‘뭣’을 주고받았다고요?

떠벌네(주춤)
내가… 본 대로… 그라케…

머슴
고지서요. 말도 안 섞었고. 그 입에서 튄 소문이, 혼사를 깨부렀소.

(정적)

머슴
사람 일 망친 말, 그 책이믄 누가 짊어지요?

(떠벌네 고개 떨굼)

떠벌네(나직히)
…내가… 말을 헛질했는갑소.

해설
떠벌네도 기억해냈다. 다섯 해 전, 고무신. 그 밤길을 본 눈이 하나 더 있었다는 걸.

에필로그
(가로등 같은 조명. 해설 전면, 뒤로 나주댁·선애·머슴·떠벌네 실루엣)

해설
소문은 눈처럼 가볍게 내려, 서리처럼 무겁게 남는다.
한 장 고지서가 ‘편지’ 되기까진, 단 한 번의 혀놀림이면 족했다.

나주댁(낮게)
내 자식 결백이, 말보다 늘 늦게 도착허네요.

선애
엄니, 우리… 조용조용 가요잉.

머슴
말은, 물릴 수 있소. 허나, 늘 늦지라.

떠벌네(작게)
이 혀를… 내가 좀 물어버렸어야 했구먼.

해설
진실이 입을 만나기 전, 우리는 잠깐의 침묵을 배워야 한다.

(모두 서로에게 작은 목례. 암전)

낭독 팁
억양: 마디 끝을 살짝 끌어올렸다가 짧게 ‘툭’ 떨어뜨리면 전라도 특유의 맛이 살아납니다.
말빠르기: 소문 합창은 속삭임으로 겹치되, 자음 끝을 또렷이. 본 대사는 느-리게 시작해 끝맺음은 분명히 하십시오.
멀티캐스팅: 아낙·아제는 2명으로 나눠 톤과 속도로 구분하면 충분합니다.
시간 관리: 각 장면 말미 정적(1~2초)을 유지하면 12분 내외로 안정적으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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